[미국육아] 영아 혈관종 치료기 (진행중)

2025. 3. 21. 05:08My Little One

🍪 영아 혈관종. 아직도 생소한 이 단어는 아직 한 살도 안 된 쁨이에게 생긴 피부 질환이다.
쁨이 생후 열흘이 지났을 무렵 우리 부부가 혈관종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8개월에 가까워지는 지금까지도 치료 중이다.
쁨이의 경우 다행히 건강에 지장이 있는 수준은 아니었고 치료를 하며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나, 혹시나 비슷한 사례로 당황하고 있을지 모를 다른 부모님들을 위해 기록해 본다.


 

1. 영아 혈관종 (Infantile Hemangioma) 이란?

영아 혈관종 예시 일러스트 및 혈관종 조직 일러스트
From Children's Hospital Los Angeles (https://www.chla.org/infantile-hemangiomas)

혈관종은 혈관 벽의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며 생긴 양성 종양으로, 생후 12개월 이전의 영아에서 나타난다.
혈관종은 종양이지만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으며, 치명적인 질환도 아니라 한다. 유발하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혈관종은 피부에 튀어나온 붉은색 혹은 자주색의 혹으로 나타나며, 0.5cm에서 5cm보다 큰 것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주로 얼굴이나 두피, 가슴이나 등에 생기며, 일반적으로 통증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증상은 출생 후 수개월 안에 나타나 생후 6개월에서 돌 즈음까지 크기가 빠르게 증가하다가 진행을 멈추고 대개 5~10세 이전에 자연 소실된다. 발생 초기에는 편평한 빨간 반점으로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크기가 커지고 튀어나올 수 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혈관종이 사라지고 남은 자리의 피부색이 약간 변하거나 돌출된 상태로 남을 수 있다.

혈관종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사라지기 때문에 특별히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호흡이나 삼킴 등을 방해하는 중요 기관에 자리할 경우에는 크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Source: 세브란스 병원 건강정보


 

2. 첫 발견

우리 부부가 쁨이의 혈관종을 인지한 것은 생후 열흘쯤 지나서였다.
갓 태어났을 때 오른쪽 관자놀이에 아주 작은 빨간 점이 있었는데, 일주일 check up 때 의사에게 문의하니 birthmark라고 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특히 쁨이는 눈꺼풀에도 연어반(Salmon patches)이 있었기 때문에 '아기들은 birthmark 가 많은가 보다' 하고 지났었다. 그런데 이 작은 점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열흘쯤 지나자 아주 작은 콩알 같은 크기로 커졌고, 한 달쯤 지나니 1cm 정도로 커지고 bumpy 해졌다.

생후 40일 즈음의 혈관종
생후 40일 즈음의 혈관종 모습

이것을 지켜보시던 시부모님께서 먼저 움직이셨다. 검색으로 영아 혈관종이라는 것을 알아내시곤, 한국에서 쁨이 사진으로  피부과 의사 상담도 받으셨다며 내게 조심스럽게 약물치료를 권하셨다. 출산 후 40일쯤 지난 시점에 한창 정신이 없었던 우리는 그제야 허둥지둥 담당의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의사도 사진을 보더니 Strawberry birthmark (= Hemangioma)인 것 같다며 피부과(Dermatology)를 refer 해주었다. 다만 쁨이의 경우는 혈관종이 피부 표면에 가깝게 발생했고, 위치도 관자놀이 근처라 치명적이지 않다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해 주었다.


 

3. 치료의 시작

치료도 역시 시부모님 덕분에 빠르게 시작되었다. 
'쁨이의 혈관종이 위치가 나쁘진 않았지만, 증상이 나빠지는 경우 염증이나 출혈을 동반할 수도 있고, 또 첫 5개월까지 빠르게 커지므로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를 조기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한국 피부과 의사의 조언이었다. 마음이 급하셨던 우리 아버님... 상담 들으시곤 바로 치료제를 5병이나 처방받아 우리에게 부쳐주셨다. (아버님의 엄청난 추진력👍)

혈관종 치료제로 썼던 Timoptic
아버님이 보내주신 Timolol

이때 처방받은 약물이 Timoptic이라는 티몰롤(Timolol) 약제가 들어있는 안약이었다. 원래 녹내장을 치료하는 안약이라는데, 신기하게 이것으로 혈관종의 성장도 억제할 수 있다고 했다. 아기에게 약을 쓰는 것이 걱정되어 쁨이 피부과 의사에게도 문의했더니, 이 약물로 치료하는 것이 맞다며 바로 치료를 시작하자고 하였다.  


 

4. Timolol 약물 치료

치료는 아침, 저녁 수유 후 환부에 안약 한 방울을 떨어뜨려 발라주는 것이 전부였다. 다만 눈에 들어가지 않게!
Timolol 같은 베타차단제는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꼭 수유 후에 발라주라고 했다. 약을 바르는데도 혹이 커지는 것 같으면 꼭 연락하라는 당부도 해주었다.
그렇게 생후 50일 즈음부터 약을 꾸준히 발라주기 시작했는데, 크기가 커지는 것을 억제하는 것일 뿐이라 눈에 보이는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효과가 있겠지 하며 매일 무던히 발라주었던 것 같다.

치료 2개월차 영아 혈관종
치료 2개월차 혈관종 사진

정말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처음 약을 바르기 시작했을 때에 비해 많이 커졌다는 느낌은 없었다. 주변에서는 혹이 작아진 것 같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었다. (아마 쁨이의 머리 자체가 많이 자라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안약 바르기를 두어 달이 지나자, 의사가 이제 경구 치료제로 바꾸어 크기를 줄이는 치료를 시작해 보자고 제안했다.


 

5. Propranolol 약물 치료

쁨이의 담당 피부과 의사가 두 가지 치료방향을 제안했다. 첫 번째는 지금부터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을 경구복용하여 혈관종의 크기를 줄여나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처럼 계속 티몰롤(Timolol)을 발라주어 혈관종의 성장을 억제하되 4~6주 뒤에 레이저 치료를 하는 것이었다.

의사는 Propranolol 또한 베타차단제로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사용한 Timolol은 피부에 바르는 것이어서 흡수율이 낮았지만, 이제는 약을 먹게 되므로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외에 부작용으로는 아기가 짜증스러워지고, 식욕이 없어지거나 잠을 잘 자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Propranolol로 혈관종 크기를 줄여 나가더라도 나중에 흔적이 좀 남을 수 있으며, 완전히 제거하길 원하면 레이저 치료를 해야할 수도 있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고민에 빠졌다. 어린 아기가 저혈당 위험이 있는 약을 먹는 것이 안쓰러웠지만, 이제 100일이 갓 넘은 아기에게 레이저 치료는 하고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혈관종을 없애는 노력을 멈추기엔 아이가 크면서 놀림받으며 위축될 것이 염려되기도 했다.

결국 고민 끝에 우리는 Propranolol 약물치료로 전환하기로 했다. 의사는 하루에 2번 1ml 씩 투여하되, 반드시 수유한 다음 복용할 것을 권했다. 이 용량은 나중에 쁨이의 몸무게에 비례하여 점점 늘어나는데, 처음에는 아마  약물에 적응하는 단계라 1ml만 먹이라고 했던 것 같다.

아기에게 약을 먹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담당의사가 아기의 입맛을 고려하여 망고맛 시럽을 추가하도록 처방을 주었는데, 집 근처 모든 약국이 약에 시럽을 넣는 장치가 없다고 하는 바람에 원액 그대로 먹일 수밖에 없었다. 어른에게도 맛이 없었는데 아기가 잘 먹을 리가 없었다. 쁨이를 어르고 달래며 Pacifier가 달린 Medicine dispenser로 먹여보려 했지만 아기는 약을 입에 넣는 족족 뱉어냈다. 결국 분유를 먹이다가 2 ounce 즈음 남았을 때에 약을 타서 먹이는 방법으로 약을 먹일 수 있었다.

Hemangeol 과 치료 4개월차 혈관종
Propranolol 약제가 든 Hemangeol 과 치료 6개월차 혈관종 사진

그렇게 Propranolol을 복용한지 4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쁨이의 혈관종은 정말로 차도를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새빨간 색깔로 부풀어 올랐던 혈관종이 편평해지고 색깔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어느 순간부터 혈관종 조직이 점점이 일반 피부로 돌아오면서, 지금은 혈관종 조직의 경계가 흐려지고 조금씩 작아지고 있다.


 

6. 미국에서 영아 혈관종 치료비용과 이후 치료방향은?

이렇게 영아 혈관종을 치료하면서 감사하게도  큰 비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각자 가지고 있는 보험 플랜이 다르므로 일반적인 비용에 대해 조언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남편의 연구실에서 제공하는 의료보험과 병원에서 제공하는 재정지원 덕분에 office visit에 대한 비용은 전액 무료였고, 약국에서 처방약을 타올 때에만 $10 내외의 금액을 지불했었다.

담당의사는 지금의 약물 치료를 계속하여 쁨이가 10개월 될 즈음까지 혈관종을 최대한 줄여보자고 했다. 그 이후는 레이저 치료를 고려할 수 있으나, 이것은 전적으로 부모의 선택이라고 했다. 우리는 아마 쁨이가 1살이 지나고 한국에 들어갈 기회가 생기면, 그 때 레이저로 최대한 제거하는 것을 고려할 것 같다.

태어나서 얼마 안된 시점부터 계속 약을 먹고 있는 쁨이가 안쓰럽지만, 다행히도 혈관종 치료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일찍 치료를 시작하여 종양의 크기를 더 키우지 않았던 것이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깨끗한 쁨이의 얼굴을 사진 찍을 날이 오겠지? 나중에 쁨이의 혈관종 치료를 마치게 되면 그 경과를 다시 한번 포스팅하고 싶다.